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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활 3년째인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알리마르 말루롯(31)씨는 최근 갑상선 항진증을 앓았다. 한 달 만에 체중이 30㎏ 넘게 빠지면서 일상생활은커녕 성경공부에도 참여하지 못할 정도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선택한 타국 노동이었지만 건강은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14일 오후 인천 중구 로제타홀 무료 진료소. 말루롯씨는 다시 이곳을 찾았다. 의료진은 혈압과 맥박을 확인한 뒤 건강 상태를 살폈다. 김형기 인천기독병원장이 직접 진료에 나섰다. 그는 “예전보다 갑상선이 많이 들어갔고 맥박도 안정됐다”며 “약을 꾸준히 복용하
주식매입자금대출자격 면서 천천히 투약량을 줄여가자”고 조언했다. 최근 무릎 부상으로 고생한다는 사정을 들은 의료진은 상처를 살피고 연고를 건네며 “매일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말루롯씨는 연신 “감사합니다”고 인사했다.
진료실에 나선 말루롯씨는 기자에게 “필리핀에서는 약값이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낸다”며 “여기서는 모든 게 무료라서 감히 말할 수 없을 만
예식장 식대 큼 축복받은 경우”라고 귀띔했다. 그는 장애로 거동이 어려운 큰아들과 학교에 다니는 둘째를 둔 가장이다. 가족을 위해 종이컵 제조업체, 축산업체 등을 전전했지만 건강은 결국 무너졌다. 그럼에도 그는 무료 진료소에서 다시 힘을 얻고 있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알리마르 말루롯씨
전세보증금 증액 가 가족을 소개하고 있다.
같은 날 진료소를 찾은 아드리안 이보라(36)씨도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다. 그는 최근 저혈압과 고혈당으로 10㎏ 가까이 체중이 빠졌다. 김 원장은 “오늘은 피검사를 해보고 체중이 빠진 원인을 찾아보자”며 정밀 진료를 이어갔다. 기러기 아빠로 3명의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간 그는 “세 아이를 위해 건강을 반드시 되찾고 싶다”며 미소를 보였다.
순천향대 강은정·백민아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거주 이주민 10명 중 3명꼴(28.2%)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시기 한국 전체 인구의 의료 미충족률(약 15%)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
타행 수수료 면제 처럼 구조적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들에게 로제타홀 무료 진료소는 사실상 마지막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진료소는 로제타홀기념관이 운영하는 외국인·이주노동자 대상 무료 진료 거점이다. 내과·가정의학과 출신 전문의 8명이 매주 일요일마다 교대로 진료하고, 간호사 5명이 접수·처치·기초검사를 맡는다. 모두 무급으로 봉사한다. 엑스레이·혈액검사·CT 등 정밀 검사는 인천기독병원과 연계해 무료로 진행된다.
김형기 인천기독병원장이 14일 인천 중구 로제타홀 무료 진료소에서 이주노동자를 진료하고 있다.
이 사역의 배경에는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 선교사의 헌신이 자리한다. 1890년 미국 감리교 여성해외선교회 파송으로 조선에 들어온 홀 선교사는 여성과 약자의 비참한 현실에 충격을 받고 생애를 헌신했다. 보구녀관(현 이화의료원) 책임자로 활동하며 평양 광혜여원, 국내 첫 시각장애인 학교인 평양여맹학교를 세웠다. 인천 최초 여성 병원 제물포부인병원(현 인천기독병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강경신 인천기독병원 원목은 “로제타홀 기념관이 선교사의 삶과 박애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라면, 무료 진료소는 그 정신을 오늘에 적용하는 현장”이라며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설립 취지”라고 설명했다.
진료소는 비용뿐만 아니라 신분증도 요구하지 않는다. 이름과 전화번호, 국적 등의 정보면 충분하다. 그래서일까. 이곳에는 국적도 사연도 다른 환자들이 찾아온다. 투르크메니스탄 출신 리안리드씨는 B형·C형 간염으로 복수가 차고 다리가 붓는 위중한 상태였지만 의료진의 연계를 통해 회복해 귀국할 수 있었다. 한 필리핀 노동자는 파상풍에 걸려 다리를 절단할 위기에 처했으나 2주간의 집중 치료 끝에 건강을 되찾기도 했다.
진료에 앞서 의료진이 체온을 재고 있다.
이 같은 사역은 교회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인천 샘튼교회를 섬기는 문민환 목사는 “예전엔 교회가 직접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재정이 바닥나고 교인들이 떠나기도 했다”며 “지금은 무료 진료소 덕분에 사실상 지출하는 병원비가 제로가 됐다. 또 이주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료소 운영은 쉽지 않다. 운영 자금 대부분이 개인·교회 후원으로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故) 이무송 집사의 부인 김홍림 인천중부교회 권사가 기부하는 등 크고 작은 손길이 모였다. 강 목사는 “처음엔 무료 진료소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틈틈이 기도하고 섬겨주는 분들 덕분에 되레 은혜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교회 사랑이 이주민에게도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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