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최영미 시인·이미출판사 대표)
야구팬인 내게는 오래된 꿈이 있었다. 잠실야구장에 가서 프로야구 경기를 직접 관전하는 것. 야구장 응원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서울의 아리아》 같은 멋진 서울 찬가를 짓는 것. 패티김의 명곡 《서울의 찬가》처럼 겨레의 가슴에 남을 서울 노래의 가사를 쓰고픈 꿈이다.
늙은 시인에게 남은 유일한, 어쩌면 실현 가능할지도 모르는 꿈을 향해 나는 얼마나 노력했나. 생각하면 부끄럽다. 노력한다고 좋은 시가 써지지도 않는다. 쿵,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 순간이 와야 한다. 번개처럼 스쳐가는 그 순간이 작품이 되려면 영혼이 깨어있어야 한다.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내 사랑아- 내
증권사관 곁을 떠나지 마오." (패티김 《서울의 찬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단순하면서 마음을 울리는 가사에 감탄하곤 한다. 쉬워 보이는 시가 더 쓰기 어렵다.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된 3월부터 매일 텔레비전으로 야구 경기를 보았다. 내 집에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가사를 쓰기는 어렵다. 여고 시절에 아버지와 함께 고교
바다이야기 pc용 야구 경기를 시청하며 야구의 재미에 흠뻑 빠졌다. 고교 1학년 여름이었던가. 하도 앉아서 소설책을 보느라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누워 지낼 수밖에 없을 때, 내 방에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고교야구 중계를 들으며 스트라이크와 볼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였던 그날의 짜릿함을 나는 기억한다. 대학입시 때문에 잠시 억눌러야 했던 그 열정의 유전자가 성인이 되어 다시 깨어
손오공릴게임예시 났다.
ⓒ연합뉴스
대학생이 되어 LG 트윈스 팬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갔고, 베이징올림픽을 보며 야구선수 김현수에 반해 두산 베어스 팬이 되었다. 살면서 여러 차례 잠실야구장에 갔지만, 두산 베어스 김현수의
파칭코사이트 등번호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한 적도 있지만 (내가 시구한 날 김현수가 만루홈런을 쳤다!) 김현수가 미국으로 진출한 뒤부터 야구에서 멀어졌다.
김현수가 한국으로 돌아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으며 울었다는 뉴스를 보던 그날 페이스북에 "현수야! 울지 마! 두산에서든 LG에서든 야구만 잘하면 되지"라는 응원 글을 올리고, 시즌이 시작
무료충전야마토 되자 야구를 다시 보게 되었다.
처음 내 눈엔 현수만 보였는데,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면서 오지환도 보이고 박해민도 보이고…쌍둥이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잠실 라이벌 경기를 보면서 어느 날 내가 두산 베어스가 아니라 LG 트윈스 팬이 되었음을 알고 어찌나 놀랐던지.
나의 꿈에 한발 다가선 그날이 왔다. 2025년 9월7일 드디어 잠실야구장 표를 구해 LG 트윈스와 SSG의 경기를 관전했다. 오후 5시인데도 햇살이 뜨거웠다. 야외의 햇살 아래 이렇게나 많은 관중이 한곳에 앉아있다는 희귀한 체험. 시멘트 숲에 갇혀 사는 현대인에게 뻥 뚫린 하늘을 보고 태양의 열기를 느끼며 마치 야생으로 돌아가듯 마음껏 소리 지를 공간을 제공하는 야구. 경기 시간이 길고 거의 매일 경기가 있는 야구는 그만큼 중독성도 크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 아니, 가족보다 더 사랑스러운 존재다. 3루 테이블석에 앉아 음식 냄새를 맡으며 경기를 본 그날, 1회부터 치고 나가 3점을 뽑은 SSG가 LG 트윈스를 7대3으로 꺾었다. 내가 LG 승리의 요정이 되지는 못했지만 SSG의 선발투수 김광현이 2000 탈삼진을 달성한 역사적인 현장에 나도 있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으련다. 김광현은 몸도 20대 때와 다르고, 그 역동적인 투구폼은 다리가 예전처럼 높이 올라가지 않지만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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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이미출판사 대표
